개업 3년차에야 보이기 시작한 것
개업 3년차란, 첫해에 쏟아부은 것들의 결과가 비로소 한 줄로 정렬되어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.
첫해엔 안 보입니다.
둘째 해도 흐릿합니다.
그러다 3년차 어느 날, 지난 자료를 정리하다가 문득 보이더라는 분들을 종종 만났습니다. 무엇이 남았고 무엇이 증발했는지가요.
저는 변호사가 아닙니다. 사진을 27년 찍어 온 사람입니다. 그런데 충무로에서 스튜디오를 3년쯤 끌고 갔을 때, 저도 비슷한 정렬을 한 번 겪었습니다. 그 자리를 지나온 입장이라 이 얘기를 꺼냅니다.
3년차에 보이는 건 '무엇이 남았나'입니다
3년차에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건 매출 그래프가 아니라, 돈을 멈췄을 때 무엇이 자리에 남아 있느냐입니다.
첫해엔 이걸 따질 여유가 없습니다. 당장 이번 달 사건이 급하니까요. 그래서 손에 잡히는 것부터 켭니다. 대개 광고입니다.
광고는 켜는 동안 사람을 데려옵니다.
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에 드러납니다. 3년 동안 광고비를 매달 태웠다면, 3년차에 통장에 남은 건 영수증뿐입니다. 켜는 동안 들어온 사건들은 고마웠지만, 그 통로 자체는 결제를 멈추는 순간 사라졌으니까요.
반대로 같은 3년 동안 글을 한 편씩 쌓아 둔 분은, 3년차에 그 글들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걸 봅니다. 비용을 한 푼도 안 쓴 달에도요.
왜 같은 3년인데 한쪽만 남는가
두 길의 차이는 '소유의 주체'가 다르다는 데서 옵니다. 저는 이 대목을 중요하게 봅니다.
- 광고는 빌린 자리입니다. 검색 상단의 그 칸은 매달 임대료를 내는 동안만 내 것입니다. 임대료를 멈추면 그 자리는 다음 사람에게 넘어갑니다.
- 검색에 쌓인 글은 내가 만든 자리입니다. 한 번 써서 검색 안에 자리를 잡으면, 결제와 무관하게 그 글은 본인 이름으로 남습니다.
광고는 끄는 순간 사라지지만, 검색에 쌓인 글은 비용을 멈춰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습니다.
이게 첫해엔 와닿지 않습니다. 첫해엔 둘 다 '이번 달 사건을 데려오는가'로만 보이거든요. 3년이라는 시간을 통과해야 비로소 '빌린 것'과 '내 것'의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. 저는 이걸 3년차의 시력이라고 부릅니다. 시간이 깎아 준 시력이요.
그래서 자산이 되는 글과 사라지는 글의 차이를, 첫해엔 누가 설명해도 안 보이다가 3년차엔 설명 없이도 보게 됩니다.
그렇다고 첫해의 광고가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
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. 첫해에 광고로 버틴 시간이 잘못이었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.
당장 이번 달을 넘겨야 다음 달이 있으니까요.
다만 3년차에 와서 후회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던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. "광고를 켜는 동안, 글을 한 편이라도 같이 쌓아 둘걸." 광고로 시간을 버는 동안, 그 시간에 사라지지 않을 자리를 한 칸씩 만들어 둘 수 있었다는 거죠.
첫해의 막막함을 지나는 동안에도, 첫 사건이 안 들어올 때에도, 그 사이에 글 한 편은 쓸 수 있었다는 뒤늦은 셈입니다.
광고와 글은 양자택일이 아닙니다. 켜진 광고가 데려온 의뢰인이 본인을 검색했을 때 읽을 글이 있느냐 없느냐, 그 차이가 3년 뒤에 갈립니다.
3년차의 시력으로 첫해를 다시 본다면
만약 첫해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까. 3년차 분들의 대답은 대체로 수수했습니다.
- 광고는 켜되, 그게 데려온 의뢰인이 읽을 글을 그 자리에 한 편 둔다.
- 끝낸 사건 하나가 생기면, 다음 의뢰인이 검색할 법한 질문으로 바꿔 글 한 편의 재료로 남긴다.
- 첫 연락이 막힘없이 닿도록, 전화가 곧장 본인에게 연결되는 통로를 일찍 열어 둔다.
거창하지 않습니다. 매달 하나씩만 해도 3년이면 서른여섯 편입니다. 첫해엔 티가 안 나던 그 편 수가, 3년차엔 결제를 멈춰도 남아 있는 자리가 됩니다.
일반적으로 알려진 추정으로 개업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은 한 건 언저리라고들 합니다. 정확한 수치라기보다 업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숫자에 가깝습니다. 다만 그 숫자가 사실에 가깝다면, 3년차의 흐름은 한 방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첫해부터 한 칸씩 쌓인 자리에서 나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.
저희가 하는 일은 사건을 연결해 드리는 게 아니라, 그 글이 쌓이는 자리 — 검색에 노출되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입니다. 길은 만들어 드리되, 걷는 건 변호사님 몫입니다. 도깨비방망이는 저희에게도 없습니다.
자주 묻는 질문
개업 3년차 변호사인데 지금 글을 시작해도 늦지 않나요
늦지 않습니다. 오늘 쓴 글도 3년 뒤엔 3년치 자리가 됩니다. 다만 검색에 자리 잡기까지 보통 수개월이 걸리고, 순위 자체는 누구도 보장하지 못합니다.
개업 3년차에도 사건이 일정치 않은데 정상인가요
개업 변호사 월평균 수임이 한 건 언저리로 알려진 만큼, 3년차의 기복도 드문 일은 아닙니다. 문제는 실력보다 발견되는 통로가 얼마나 쌓였느냐일 때가 많습니다.
3년차에 광고를 끊고 글로 바꿔도 되나요
바로 끊기보다, 광고가 버는 시간 동안 글을 한 편씩 겹쳐 쌓는 편이 안전합니다. 끄면 사라지는 통로와 남는 통로를 동시에 보며 천천히 무게를 옮기는 방식입니다.
이 글을 쓰다 보니, 충무로 3년차의 제가 떠오릅니다. 그제야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졌는지 보이던 그 봄. 보이고 나니 첫해의 제가 좀 안쓰럽더라고요. 몰랐던 게 죄는 아닌데, 알았으면 좀 덜 헤맸을 텐데 싶어서요.
급하게 연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. 1인 사무실에서 혼자 다 하는 이야기나 개업 첫 해, 월 1건에서 벗어나기 같은 글을 두세 편 더 읽어 보시고, 그래도 한번 얘기 나눠보고 싶으면 그때 전화 주셔도 늦지 않습니다.
이 글은 같은 자리를 지나온 사람의 일반적인 관점을 정리한 것이며, 특정한 수임 결과나 검색 순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.